[공익활동기자단]이 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법, 김정덕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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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은 2017년 6월 11일 창립한 시민단체로, 엄마들의 정치참여를 통해 엄마여서 겪는 한국 사회의 불합리,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고자 도모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꼭 아이를 출산한 생물학적 엄마만의 단체가 아닌 돌봄을 수행하고 있거나 향후 수행하고자 하는 모든 양육의 주체를 아우르는 ‘사회적 모성’이 ‘정치하는엄마들’의 주인공이다.
무더운 여름, 서울 여성 플라자 회의실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사무국에서 일하고 계신 김정덕 활동가님을 만나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성, 양육자, 노동자 등 교차되는 관점에서 김정덕 활동가님이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지금 하시고 있는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민 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덕입니다. 2019년 공동대표로 2년여 활동 후 지금은 사무국 활동가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아이를 품었을 때가 세월호가 침몰한 해였어요. 아이를 세상에 내놓아도 괜찮을까, 아이를 낳을 엄두가 나지 않았었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정신적인 고립감이 심했습니다. 그때 당시 공동대표였던 ‘장하나’ 활동가가 한겨레 칼럼에 ‘우리 만납시다‘라고 쓴 글을 보았어요. 그 칼럼을 통해서 정치하는엄마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엄마인 우리가 제일 잘 아니까. 엄마들의 문제에 대해 해결을 할 수 있겠다. 라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었고,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사회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 곳인지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된 40여 명의 엄마들과 단체가 꾸려졌습니다. 엄마로서 겪는 문제들이 결국은 보육과 노동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돌봄과 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게 정치적으로 유지가 되지 않는 이상 사회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관련된 인터뷰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서 이 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어요. 단체의 대표라고 해서 그 사람만 발언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 마이크를 건네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단체가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Q. 정치하는 엄마들은 아동인권, 여성인권부터 시작해 환경까지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주제들이 어떻게 연관된다고 생각하시는지
엄마는 여성이면서 양육자이고, 돌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돌봄을 받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런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아이와 같이 다니고 숨 쉬고 있기 때문에 아동이란 존재에 대해서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가와요. 예를 들어 노키즈존이 한국에서 용인이 되고 있잖아요. 아이는 무조건 소란스럽고 통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편견을 이유로 아동이 갈 수 있는 장소가 제약되는 것은 아동혐오라고 생각해요. 아동은 혼자서 갈 수 없기 때문에 양육자도 같이 갈 수 없게 되는 것 또한 양육자에 대한 차별입니다.
엄마들만의 단체가 아니고 양육자만의 단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다들 각자의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어요.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다 보니 당연히 이런 문제까지도 저희가 연대를 하고 힘을 모으려고 하는 거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 그런 것을 위해 저희가 활동하는 게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활동하면서 보람 있었을 때
국가지원으로 나가고 있는 지원금을 허투루 하지 못하게 하고 급식의 질을 올리는 유치원 3법과 어린이 생존 안전법이 통과된 것이요.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그런 법들이 통과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는 것이 기뻤어요. 단돈 몇백원이라 할지라도 어린이집 국가식비를 올렸던 것이 의미 있었죠.
저희가 핑크노모어라고 해서 혐오차별 미디어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성평등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어린이 장난감 자체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장난감으로 나누어지더라고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차별에 대해 시정하라고 이의제기를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업체들이 성별 구분을 없앴어요. 그때는 정말 좋았어요. 저희가 아동들의 장난감에 사물, 색깔을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소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는데 인권위가 차별이라고 인정해줬다는 건 저희에게는 큰 일이었어요.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들이 세상에 많이 퍼져있고 그런 작은 것들이 결국은 고정관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걸 깨뜨리는 작업 자체가 저희에게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활동가로 활동하시면서 힘들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요?
가끔은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스쿨미투 때 학생들이 sns에 올린 글을 보기위해 태그를 모니터링 했을 때, 양육자한테 걱정을 끼칠까봐 이야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기가 겪은 폭력에 대해서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는 말도 많았고, 스쿨 미투 이야기를 꺼내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입시에 집중해라. 졸업하면 다 끝나’ 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었다고 해요. 도움을 요청할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익명으로 공론화를 한 것이잖아요. 저는 이것이 어느 한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본적으로 입시위주의 환경에서는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어도 그 사람만 학교를 떠나면 끝나게 되는 일인거잖아요. 만약 우리 아이가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때, 부모가 걱정할까봐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피해자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하고 경찰에서 증언할 때 제대로 수사가 되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법률지원만 제대로 되어있었다면 해결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사건들이 있어요. 도움을 주고 싶어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지받지 못해서 자기가 겪는 차별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민식이법이 제정된 이후 과잉처벌이라며 혐오하고 법이름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민식이법은 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보행자들이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이에요. 김민식 어린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 신호등도 과속방지턱도 없었어요. 일단 어린이 보호구역이면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것이 맞잖아요. 그런데 사고 피해자의 이름에 놀이를 붙이고, 민식이법놀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고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혐오문화가 힘들었어요.
Q. 아동학대 문제, 혹은 스쿨미투 문제등을 알리고 고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지칠때는 없는지. 어떤 것을 원동력으로 해야 길게 활동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지치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소통기구로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힘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저희 안에 형성 되어있어요. 팀이 소모임으로 분화가 되어있고, 그 안에 활동가들이 소통을 주로 해요. 무슨 말을 해도 서로에게 안전하다는 마음이 있고, 성별이나 직업과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호칭을 언니로 통일하게 되면서 굉장히 평등한 관계가 되고, 무언가를 더 구현하지 않아도 이 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다 분야를 나누거든요. 의견을 나누는 초기의 과정을 꾸준히 하다보니 덜 지치는 것 같아요. 제가 겪는 어려움을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어요. 유가족과 소통하는 방도 있는데, 사실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 분이 민식이 어머님이세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나면 여러 곳에 보도가 되잖아요. 그 기사를 클릭하는 순간 그 순간으로 빨려들어간다고 하셨어요. 마치 그 현장에 가 있는것처럼. 그런 식으로 트라우마가 남는 것은 있어요. 물론 전문적인 상담도 필요하고, 정신적인 지지도 필요해요. 개인이 극복하기엔 어려운 사안이다보니 활동가들이 서로에게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활동하면서 든 생각이 이 법안 통과시킬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300개의 의원을 다 돌면서 서명을 받았었어요. 그중 이 법안이 통과하는데 동의한다고 했던 사람이 30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어요. 10명중 3명이요. 아동인권이나 양육자들의 상황이 전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한 순간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도 활동가들 심리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런 걸 서로 공유하고, 한번 가봐. 이런 식으로 보내고 있어요.
Q.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일하시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면 앞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나 혼자를 위해 살아가면 나중에 아이에게 할 말이 없을 것 같았어요. 스쿨 미투 사건을 보며 그 생각이 강해졌어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사건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뭐라도 해야겠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 생각하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되는 순간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김정덕이라는 사람으로 살아왔다면, 엄마가 되면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정치하는엄마들을 만나서 이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같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밤새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다보면 아이 젖 먹일 때 생각이 나요. 갓난아이는 두 세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해서 모유수유할 때 잠을 못자고 굉장히 힘들거든요. 제가 일을 하고 있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수유를 하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저도 자랄 때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엄마가 되는 순간 시선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Q. 활동하시면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활동을 하다 보니 공간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저희 단체는 2018년 말, 서울시 NPO지원센터에 지원해서 의자4개 책상하나에 배정받아 그곳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보니 상근자를 모으고 하면서 단체가 꾸려졌어요. 그러다보니 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런 공간지원의 기회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즈음에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코로나일수록 공익활동이나 지원이 더욱 끊기면 안된다 생각해요.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 지역아동센터 등이 폐쇄되어 그 최소한의 돌봄을 받던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졌어요. 양육자들 중 택배업 등 바깥에서 일을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분들이 있어요. 아동 같은 경우 학교에 갈 수 있다면 급식을 먹을 수 있고, 집에서 혼자 밥해먹지 않아도 돼요. 대구 봉쇄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을 때 지역아동들이 굶는 사태가 일어나서 저희가 모금활동도 했었어요. 아동들이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하면, 저학년의 경우는 누군가가 반드시 도와주어야 해요. 그 아동들에게 양육자가 있으면 좋겠으나 그런 여건이 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런류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구로구공익활동지원센터에게 한마디
구로구 내에서 이런 지원을 해준다는 게 있다는 게 힘이 됩니다. 저희가 다루는 사안이 지역보다는 전국적 사안을 다루다 보니 지역에 대해 갈구하는 것이 있어요. 모든 활동가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데 알고 싶어도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점이 어려워요. 공익활동센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도 그렇고, 이런 게 있었단 말이야? 생각했어요. 저희 단체에서 강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도 계시고 정치하는 엄마들에는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요. 구로지역에서 어떤 지역사안이 있는지, 연대할 수 있는게 어떤 것이 있을지 구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도 플랫폼 역할을 하셔서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활동하는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저는 특정한 사람들이 활동가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런 목소리를 지원해주는 곳이 있다면 누구나 활동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치하는엄마들
취재: 공익활동기자단 박진솔
이메일: act@politicalmamas.kr
전화번호: 010-2540-0420
홈페이지: https://www.politicalmamas.kr/
무더운 여름, 서울 여성 플라자 회의실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사무국에서 일하고 계신 김정덕 활동가님을 만나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성, 양육자, 노동자 등 교차되는 관점에서 김정덕 활동가님이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지금 하시고 있는 활동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민 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덕입니다. 2019년 공동대표로 2년여 활동 후 지금은 사무국 활동가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아이를 품었을 때가 세월호가 침몰한 해였어요. 아이를 세상에 내놓아도 괜찮을까, 아이를 낳을 엄두가 나지 않았었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정신적인 고립감이 심했습니다. 그때 당시 공동대표였던 ‘장하나’ 활동가가 한겨레 칼럼에 ‘우리 만납시다‘라고 쓴 글을 보았어요. 그 칼럼을 통해서 정치하는엄마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엄마인 우리가 제일 잘 아니까. 엄마들의 문제에 대해 해결을 할 수 있겠다. 라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었고,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사회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 곳인지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된 40여 명의 엄마들과 단체가 꾸려졌습니다. 엄마로서 겪는 문제들이 결국은 보육과 노동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돌봄과 노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게 정치적으로 유지가 되지 않는 이상 사회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관련된 인터뷰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서 이 사회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어요. 단체의 대표라고 해서 그 사람만 발언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 마이크를 건네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단체가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Q. 정치하는 엄마들은 아동인권, 여성인권부터 시작해 환경까지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 주제들이 어떻게 연관된다고 생각하시는지
엄마는 여성이면서 양육자이고, 돌보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돌봄을 받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런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아이와 같이 다니고 숨 쉬고 있기 때문에 아동이란 존재에 대해서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다가와요. 예를 들어 노키즈존이 한국에서 용인이 되고 있잖아요. 아이는 무조건 소란스럽고 통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편견을 이유로 아동이 갈 수 있는 장소가 제약되는 것은 아동혐오라고 생각해요. 아동은 혼자서 갈 수 없기 때문에 양육자도 같이 갈 수 없게 되는 것 또한 양육자에 대한 차별입니다.
엄마들만의 단체가 아니고 양육자만의 단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다들 각자의 당사자성을 가지고 있어요. 목소리를 내고 활동하다 보니 당연히 이런 문제까지도 저희가 연대를 하고 힘을 모으려고 하는 거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 그런 것을 위해 저희가 활동하는 게 의미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활동하면서 보람 있었을 때
국가지원으로 나가고 있는 지원금을 허투루 하지 못하게 하고 급식의 질을 올리는 유치원 3법과 어린이 생존 안전법이 통과된 것이요. 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그런 법들이 통과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는 것이 기뻤어요. 단돈 몇백원이라 할지라도 어린이집 국가식비를 올렸던 것이 의미 있었죠.
저희가 핑크노모어라고 해서 혐오차별 미디어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을 받아 성평등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어린이 장난감 자체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장난감으로 나누어지더라고요.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차별에 대해 시정하라고 이의제기를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업체들이 성별 구분을 없앴어요. 그때는 정말 좋았어요. 저희가 아동들의 장난감에 사물, 색깔을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소비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는데 인권위가 차별이라고 인정해줬다는 건 저희에게는 큰 일이었어요.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들이 세상에 많이 퍼져있고 그런 작은 것들이 결국은 고정관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 걸 깨뜨리는 작업 자체가 저희에게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Q. 활동가로 활동하시면서 힘들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요?
가끔은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스쿨미투 때 학생들이 sns에 올린 글을 보기위해 태그를 모니터링 했을 때, 양육자한테 걱정을 끼칠까봐 이야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기가 겪은 폭력에 대해서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는 말도 많았고, 스쿨 미투 이야기를 꺼내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입시에 집중해라. 졸업하면 다 끝나’ 라고 말하는 부모도 있었다고 해요. 도움을 요청할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익명으로 공론화를 한 것이잖아요. 저는 이것이 어느 한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공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본적으로 입시위주의 환경에서는 개인의 인권이 침해되어도 그 사람만 학교를 떠나면 끝나게 되는 일인거잖아요. 만약 우리 아이가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때, 부모가 걱정할까봐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피해자의 심리를 헤아리지 못하고 경찰에서 증언할 때 제대로 수사가 되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법률지원만 제대로 되어있었다면 해결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사건들이 있어요. 도움을 주고 싶어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지받지 못해서 자기가 겪는 차별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민식이법이 제정된 이후 과잉처벌이라며 혐오하고 법이름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민식이법은 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보행자들이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안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이에요. 김민식 어린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 신호등도 과속방지턱도 없었어요. 일단 어린이 보호구역이면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것이 맞잖아요. 그런데 사고 피해자의 이름에 놀이를 붙이고, 민식이법놀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고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혐오문화가 힘들었어요.
Q. 아동학대 문제, 혹은 스쿨미투 문제등을 알리고 고발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지칠때는 없는지. 어떤 것을 원동력으로 해야 길게 활동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지치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소통기구로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 힘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저희 안에 형성 되어있어요. 팀이 소모임으로 분화가 되어있고, 그 안에 활동가들이 소통을 주로 해요. 무슨 말을 해도 서로에게 안전하다는 마음이 있고, 성별이나 직업과 상관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호칭을 언니로 통일하게 되면서 굉장히 평등한 관계가 되고, 무언가를 더 구현하지 않아도 이 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다 분야를 나누거든요. 의견을 나누는 초기의 과정을 꾸준히 하다보니 덜 지치는 것 같아요. 제가 겪는 어려움을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어요. 유가족과 소통하는 방도 있는데, 사실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 분이 민식이 어머님이세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나면 여러 곳에 보도가 되잖아요. 그 기사를 클릭하는 순간 그 순간으로 빨려들어간다고 하셨어요. 마치 그 현장에 가 있는것처럼. 그런 식으로 트라우마가 남는 것은 있어요. 물론 전문적인 상담도 필요하고, 정신적인 지지도 필요해요. 개인이 극복하기엔 어려운 사안이다보니 활동가들이 서로에게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활동하면서 든 생각이 이 법안 통과시킬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300개의 의원을 다 돌면서 서명을 받았었어요. 그중 이 법안이 통과하는데 동의한다고 했던 사람이 30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어요. 10명중 3명이요. 아동인권이나 양육자들의 상황이 전혀 중요한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한 순간 너무 힘들더라고요. 저도 활동가들 심리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런 걸 서로 공유하고, 한번 가봐. 이런 식으로 보내고 있어요.
Q.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일하시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면 앞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나 혼자를 위해 살아가면 나중에 아이에게 할 말이 없을 것 같았어요. 스쿨 미투 사건을 보며 그 생각이 강해졌어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사건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뭐라도 해야겠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해야겠다. 생각하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엄마가 되는 순간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김정덕이라는 사람으로 살아왔다면, 엄마가 되면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정치하는엄마들을 만나서 이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같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밤새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다보면 아이 젖 먹일 때 생각이 나요. 갓난아이는 두 세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해서 모유수유할 때 잠을 못자고 굉장히 힘들거든요. 제가 일을 하고 있는 시간에도 누군가는 수유를 하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저도 자랄 때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어요.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는지 엄마가 되는 순간 시선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Q. 활동하시면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활동을 하다 보니 공간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저희 단체는 2018년 말, 서울시 NPO지원센터에 지원해서 의자4개 책상하나에 배정받아 그곳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보니 상근자를 모으고 하면서 단체가 꾸려졌어요. 그러다보니 공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런 공간지원의 기회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즈음에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게 너무 많아요. 코로나일수록 공익활동이나 지원이 더욱 끊기면 안된다 생각해요.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 지역아동센터 등이 폐쇄되어 그 최소한의 돌봄을 받던 사람들이 갈 곳이 없어졌어요. 양육자들 중 택배업 등 바깥에서 일을 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분들이 있어요. 아동 같은 경우 학교에 갈 수 있다면 급식을 먹을 수 있고, 집에서 혼자 밥해먹지 않아도 돼요. 대구 봉쇄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을 때 지역아동들이 굶는 사태가 일어나서 저희가 모금활동도 했었어요. 아동들이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하면, 저학년의 경우는 누군가가 반드시 도와주어야 해요. 그 아동들에게 양육자가 있으면 좋겠으나 그런 여건이 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런류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구로구공익활동지원센터에게 한마디
구로구 내에서 이런 지원을 해준다는 게 있다는 게 힘이 됩니다. 저희가 다루는 사안이 지역보다는 전국적 사안을 다루다 보니 지역에 대해 갈구하는 것이 있어요. 모든 활동가들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데 알고 싶어도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점이 어려워요. 공익활동센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도 그렇고, 이런 게 있었단 말이야? 생각했어요. 저희 단체에서 강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도 계시고 정치하는 엄마들에는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요. 구로지역에서 어떤 지역사안이 있는지, 연대할 수 있는게 어떤 것이 있을지 구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도 플랫폼 역할을 하셔서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활동하는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거든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저는 특정한 사람들이 활동가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런 목소리를 지원해주는 곳이 있다면 누구나 활동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치하는엄마들
취재: 공익활동기자단 박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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