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기자단] '느리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느린학습자 부모커뮤니티 하랑의 신순옥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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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자는 장애와 일반의 경계의 놓인 경계선지능(71~84 DSM-IV)과 그와 유사한 특성으로, 학교와 일상생활의 어려움으로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로 정의합니다. 전체 인구의 13.59%, 장애인구의 2.7배, 학생인구의 약 80만명(한 학급당 3명), 20~29세 청년인구 90만명 등이 있다. ”

느린학습자 당사자와 가족들은 사회적 지원체계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가정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느린학습자의 어려움을 지역이 함께 문제를 인식하며, 느린학습자가 존중받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만들어가는 모임 ‘하랑’의 대표 신순옥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느린학습자 부모커뮤니티 하랑 대표이자, 느린학습자 자녀를 둔 엄마인 신순옥입니다. 보편적인 사람들은 느린학습자라는 이름을 생소하게 여기지만, 느린학습자에 대한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보니 모르는 것일 뿐 주변에 굉장히 많아요. 저의 경우도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원인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이 돌아다녔었습니다. 그러다가 성북구의 교육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웩슬러 지능검사 결과지를 확인해 주시고, 우리아이가 느린학습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처음엔 지역에서 저희 아이들의 친구를 만들고자 소그룹으로 모임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모임이 점점 커지면서 이것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지역에서 우리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이나 정책으로 이어갈수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느린학습자 가정들의 어려움이 토로할 곳 없이 가정의 문제로만 여겨지곤 하는데요. 자녀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하는 부모들의 간절함과 느린학습자 공동체를 찾는 마음들이 모여 지금의 하랑이 되었고, 저는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Q.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어왔나요?
양천구에는 이미 독서하는 느린학습자 모임이 있어서 생애주기별로 미취학, 초등 고등의 그룹이 다 있었고 저는 그 모임에 참여하며 양천구에서 1년 동안 활동을 하다가 지역 내의 사람들을 구로에 데려와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타 지역부터 다닌 것은 2017년도부터였고 2019년부터는 구로구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작년에는 의원님을 만나서 공론장을 열었는데, 그게 이슈확산이 되어 하랑의 이름이 알려지는 역할을 했어요.
또 구로구사람들만 있는게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사람들도 모이다보니까 각지 지역에서도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3명에서 시작해서 90명으로 사람이 모인 상태에요.

Q. 어떤 분들과 함께하고 있나요?
지역 내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자료를 찾다보니 마침 구로교육복지센터에서 느린학습자 교육을 했었더라고요. 교육복지센터에 전화를 해서 저희가 구로구에 이런 엄마들이 있고 어려운 조건인데 환경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이분들도 저희의 사정을 알고 지역의 기반과 연결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구로구 김희서 의원분을 알게 되었어요.
5년 전에 어떤 엄마분이 의원님을 찾아오셔서 느린학습자인 우리 아이가 갈 수 있는 유치원이 없다고 도움을 요청하셨었대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소그룹으로 모여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니,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라, 자체적으로 힘을 키워라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사실 성북구에도 느린학습자 단체가 있어요. 그쪽에서 저희아이들에 대한 상담이나 피드백도 해주시면서 저희가 공론장을 하면 그쪽에서 서포트를 해주시겠다고 했어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공론장을 한다고 하니까 의원님도 걱정이 많으셨어요. 공론장에는 현직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도 오시고, 구로구청 직원들, 느린학습자 연구원들도 오셨어요. 지역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지지를 받게 됐어요.
그 동안은 내 아이의 어려움이 그냥 제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이 문제로 저를 포함해 느린학습자의 부모들은 주위의 지인, 가족들과 가정의 불화를 겪기도 했어요. 느린학습자 당사자도 왜 남들처럼 너는 못하냐는 비난을 받고요. 그래서 저희도 기관과 끊임없이 관계맺기를 하고 기관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요.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Q.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아이들이 한 4-5살 되면 아이가 남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징후가 있어요. 그때 그냥 우리아이는 발달이 늦나보다하고 내버려두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돼요. 웩슬러지능검사도 비싸지만, 경계선지능 진단을 받은 이후에, 받아야하는 치료가 많아서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저희 아이는 둘 다 느린학습자이고 특수교육대상자에요. 특수교육대상 신청을 하는 것은 보호체계를 만들기 위함인데,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느린학습자의 엄마들도 ‘저희 아이를 뭐라고 설명해야할까요?’ 같은 말을 많이 하세요. 사실 엄마들도, 학교도 아이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느린학습자 당사자인 아이들은 돌봄받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요. 그래서 케어를 받게 하기 위해서라도 특수교육대상 판정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또 낙인이 되어 겪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되면 자립을 해야 할 텐데, 실생활의 모든 걸 혼자 해야 하잖아요. 성북구에서 전국에 있는 느린학습자 부모들에게 평생교육이란 이름의 교육을 한 적이 있어요. 청년, 중노년의 느린학습자의 삶을 현실을 내놓고 이야기했더니 부모들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셨어요. 지금 당장의 삶이 힘들다보니 멀리까지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아이의 미래, 자립까지 미리 생각해두어야 부모가 없는 비상시에도 아이들이 대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지역기관들이 도움을 주고, 공동체의 조직화를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있어서 저도 부모 당사자로서 사회적 책무를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이 활동이 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가 성북구에서 부모자조모임 느린학습자 워킹그룹에 같이 참여를 시작했어요. 그분들이 이미 경계선지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상태였는데, 더디게 확산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구로구는 짧은 시간에 큰 확산이슈가 되었어요.
저희가 공식적인 sns를 하고 있는데, 느린학습자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하면 전국의 모든 느린학습자의 엄마들이 댓글을 달아요. 부산에는, 제주도에는 이런 모임 없나요? 하고 여쭤보세요. 작년부터 사랑의 열매에서 ‘나답게 크는 사업’이라고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느린학습자를 발굴하고, 그 아이들의 학습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올해는 2년차로 10개 지역(제주도 포함)에서 프로젝트를 더 확장했다고 하더라구요. 느린학습자 문제가 수면위에 드러나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맞춤지원해 줄 수 있게 된 현상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느린학습자 의제실천 네트워크와 민관학의 협의체가 꾸려진 곳은 구로가 유일한 만큼, 다각적인 협의체로 저희가 좋은 사례를 만들어서 점차적으로 확장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잖아요. 어른들이 아이가 느리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느린학습자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그리고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취재기자: 공익기자단 구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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